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 살리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국회에서 '한국의 경제회생, 언제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흔치않은 경제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학식과 능력을 높이 평가받는 한 학자가 "98년 외환위기 때도 요즘처럼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와 대책이 무엇인지 예전에는 알았지만 요즘은 마음속이 꺼진다"라고 했다 한다.

상당한 호조를 지속해 온 수출에 힘입어 내수가 회복되고 경기 호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내수의 회복세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음을 탄식하는 이 말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별달리 신통한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지난 60년대 이래 인적자원과 수출을 근간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고속 성장을 이룩해 왔다.

수출호조에 의한 소득 증가는 고용과 투자를 증대시키고 더불어 소비증대는 다시 고용과 투자를 부추기는 순환과정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가? 자동차 반도체 이동통신기기 등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산업은 부품과 설비 모두에 있어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기에 구조적으로 이들이 다른 산업을 이끌어주는 연관 효과가 크지 못하고 내수산업에의 파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유동성 사정은 꽤나 좋아 보이지만 여기에서도 기대하는 만큼의 활발한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인해 뜻이 있어도 투자를 이행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비싼 공장부지와 높은 임금 등의 고비용 구조도 한몫 하는 듯하다.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정이 좋은 중소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를 리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로 비치는 것은 장래의 기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특히 노사관계는 이 불확실성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협력적인 노사문화의 정착은 투자는 물론이고 우리경제 전체의 활력을 회생시키는데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경제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데 필수적이다.

당연히 노사 모두가 득을 보는 길이기도 하다.

경영자의 안목과 지휘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은 피고용인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여력이 되는대로 노동자의 사기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성공하는 기업의 요건이다.

아울러 노동자는 개인의 복지를 떠받치는 소득의 원천이 기업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노동자의 단결은 일종의 독점력을 형성해 적정보다 높은 임금을 얻어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된 힘은 당장은 보다 나은 보수를 가능하게 할지 모르나 기업의 쇠퇴 내지는 물가상승으로 결국에는 득이 되지 못한다.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형성하는 요인 중에는 정치권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있다.

보다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노력은 높이 사서 마땅하다.

그러나 설득과 협조를 청하기보다는 밀어붙이기, 매우 강렬한 언어의 구사 등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기업에는 모두 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이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의 룰에 맞추어 활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보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정의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주관적일 수 있고, 더구나 정치적 의도가 깔리게 되면 아집과 다르지 않게 될 수도 있음을 역사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면 말이다.

정치권이 부족함을 공부하고 박자를 맞추게 되면 투자 회생은 수없이 많이 생겨난 좋은 일들 가운데 조그만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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