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면 관심을 끄는 바닷가 토지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서해안 인기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를 답사했다.

토지전문가인 J사장과 안면도 토박이 A사장이 동행했다.

안면도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서산간척지 A·B지구 농지의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A사장은 "태안이나 서산에 사는 사람들은 서산간척지 땅을 사는 외지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개발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유다.

이곳이 진흥지역에서 풀리면 우리나라 농지 중 진흥지역에서 해제되지 않을 농지는 없다는 설명이다.

안면도에서 가장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인근 펜션부지(바다가 보이는)는 평당 1백5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안면도 바닷가 땅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발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섬 중심부의 논이 가장 비쌌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땅으로 취급받던 바닷가 땅이 가장 귀한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안면도 땅의 80% 정도가 국공유지인 데다 나머지 땅도 대부분 수자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으로 묶여 있어 개발가능한 바닷가 땅의 희소 가치가 높다.

A사장은 "국제꽃박람회 영향으로 안면도 땅이 뜨면서 수십억원대의 신흥 땅부자가 많이 탄생했다"며 "이곳에선 농부가 고급 승용차 등을 몰고 다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땅값이 이처럼 급등하자 부동산 중개업소 역할을 하는 주민들도 많이 생겼다.

A사장은 "지난해 Y해수욕장 인근 땅을 살 때 무려 예닐곱명의 현지인이 복비를 받으러 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J사장은 "토지 유통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외지인들이 바가지를 쓸 확률도 높아졌다"며 "지역 주민들까지 유통에 가세하고 있는 지역의 땅을 살 때는 여러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시세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사장의 친구가 운영하는 바닷가 펜션을 둘러봤다.

A사장의 친구는 3년 전 바다 조망이 뛰어난 땅을 골라 펜션을 지었다.

이곳 펜션의 수익률은 연 10%를 웃돈다.

국제꽃박람회가 끝나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펜션들이 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휴양 수요가 꾸준히 몰리면서 쏠쏠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짓다 만 펜션이 눈에 띄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먼저 집부터 짓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J사장은 "일반적으로 시골에선 주민들의 텃세가 심하다"며 "착공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안면도=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