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한 아파트의 부녀회 회원들이 업소를 찾아와 '앞으로 A사장의 중개업소를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통보한 것.A사장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호가를 낮춰 매물로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A사장은 "그(낮춘) 가격도 비싸다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인근 단지와 비교한 실제 시세가 그렇다"며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부녀회측은 인근 인기 아파트와 비슷한 호가를 유지시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최근 집값이 떨어지면서 한동안 사라졌던 '부녀회 가격'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부녀회가 반상회 등을 통해 '이 가격 이상으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고 합의하는 등 시세를 교란하고 있다.
A사장은 "부녀회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을 내놓는 중개업소는 집단 따돌림으로 영업을 못하게 만들거나 급매물 거래가 시세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가격을 보이는 단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제동의 한 소형 아파트 단지는 인근의 대단지에 비해 낡았을 뿐만 아니라 교통 등 생활여건도 좋지 못하지만 시세는 더 비싸게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단지 가구수가 적어 입주민들간의 '철통'같은 가격 담합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녀회 등이 가격담합을 강요하고 있는 곳의 아파트가 다른 지역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집을 꼭 팔아야 할 입장에 놓인 주민이 부녀회의 감시를 피해 다른 지역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