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6년동안 국내 제조업체의 차입금이 1백조원 이상 줄어 총자산에서 외부 자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기업들이 재무안정성에 너무 치중한 결과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투자를 꺼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산업은행이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제조업체 2천5백2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말 이들 기업의 총자산은 5백85조5천억원, 차입금은 1백50조4천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차입금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가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은행이 제조업체의 차입금 의존도 조사를 시작한 197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본의 30.8%(2002년)보다 훨씬 낮고 직접금융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미국의 25.4%(2003년)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체의 차입금 의존도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97년 5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8년 50.1% △99년 38.3% △2000년 36.9% △2001년 34.4% △2002년 28.9% 등으로 6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무 안정성에 치중한 나머지 국내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차입금 의존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 부채를 갚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기업의 지나친 차입금 의존도 감소는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끊어지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