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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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인은 기록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것도 예부터 그랬으니 할 수 없다는 식으로.그러나 '조선왕조실록''승정원 일기'등은 세계에 유례없는 기록문화의 진수다.
더욱이 왕가의 혼인,국장(國葬),진연(進宴),공사 등 큰 일을 치른 다음 편찬한 의궤(儀軌)를 보면 그 세세함과 꼼꼼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조대왕의 수원 화성 축조 기록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域儀軌)'엔 어디 출신 장인 몇 사람이 며칠간 일했고 임금은 얼마였다는 것부터 벽돌과 못의 종류 수량 제조지 단가까지 적혀 있다.
또 정조가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현륭원(사도세자 묘소)에 참배하고 마련한 잔치의 내용을 적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엔 메뉴와 재료,값,그릇까지 소상하게 담겨 있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나면 '한국인의 기록성 부족 운운'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엄격하고 정확했던 선인들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된다.
뿐이랴.서기 612년(영양왕 23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隋)나라 양제(煬帝)의 1백만 대군을 물리친 살수대첩 이야기는 민족적 기개를 드높인다.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자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고 했거니와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과 가치관,민족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사를 대학 수능시험의 선택과목으로 만들만큼 소홀히 취급해왔다.
그러더니 급기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이어 중국의 역사왜곡까지 심각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은 어이 없음을 넘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부에선 고구려 관련 위원회를 만든다,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내용과 실제 역사를 일선 교사와 학생들이 알기 쉽도록 설명한 교과서 보충지도 자료를 제작한다 법석이다.
한·중·일 역사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민족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사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할 방법은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것도 예부터 그랬으니 할 수 없다는 식으로.그러나 '조선왕조실록''승정원 일기'등은 세계에 유례없는 기록문화의 진수다.
더욱이 왕가의 혼인,국장(國葬),진연(進宴),공사 등 큰 일을 치른 다음 편찬한 의궤(儀軌)를 보면 그 세세함과 꼼꼼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조대왕의 수원 화성 축조 기록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域儀軌)'엔 어디 출신 장인 몇 사람이 며칠간 일했고 임금은 얼마였다는 것부터 벽돌과 못의 종류 수량 제조지 단가까지 적혀 있다.
또 정조가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현륭원(사도세자 묘소)에 참배하고 마련한 잔치의 내용을 적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엔 메뉴와 재료,값,그릇까지 소상하게 담겨 있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나면 '한국인의 기록성 부족 운운'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엄격하고 정확했던 선인들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된다.
뿐이랴.서기 612년(영양왕 23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隋)나라 양제(煬帝)의 1백만 대군을 물리친 살수대첩 이야기는 민족적 기개를 드높인다.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자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고 했거니와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삶과 가치관,민족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사를 대학 수능시험의 선택과목으로 만들만큼 소홀히 취급해왔다.
그러더니 급기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이어 중국의 역사왜곡까지 심각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은 어이 없음을 넘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부에선 고구려 관련 위원회를 만든다,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내용과 실제 역사를 일선 교사와 학생들이 알기 쉽도록 설명한 교과서 보충지도 자료를 제작한다 법석이다.
한·중·일 역사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민족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사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할 방법은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