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제시한 국무총리와의 '역할분담론'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설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깊이 공감한다"며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술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 "당정이 혼연일체돼야"=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이 좀 더 큰 틀에서 국가의 주요 과제를 다루며 국정에 전념하도록 정치권이 적극 도와야 한다"며 "당정이 한마음으로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총리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집중적으로 접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등 '실세 총리'로서의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정기국회 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모두 만나겠다"고 말했던 이 총리는 최근 여당 의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소모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총리실 측의 설명이다.

특히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는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당정회의와 당정협의회 등 정부와 여당간의 협의 채널도 수시로 가동해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야 "책임회피 의혹"=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은 인위적,임기응변적,책임회피적 모습을 보이지 말고 법과 제도에 의해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며 "총리도 돌격대나 막무가내식 역할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석 원내부대표는 "수도이전 문제 같은 백년대계 발표 때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느닷없이 총리 역할론을 내세우며 뒤로 숨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반격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실(失)은 총리에게 떠넘기고 득(得)은 자기에게 돌리려는 치고 빠지는 수법"이라며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총리를 책임자로 내세워 역할분담론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역할분담이 아니라 '역할분식'"이라고 비판했다.

박해영·최명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