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ㆍ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북화해를상징하는 대표적 민간 차원의 교류 행사였던 8ㆍ15 민족공동행사의 성사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2001년 평양에서 처음 개최된 8ㆍ15 공동행사는 2002년 사스(SARSㆍ중증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분리 개최된 것을 제외하면 남과 북으로 번갈아 장소를 옮기면서비교적 차질없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 7월초 고(故)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을 위해 설립된 `통일맞이'에대해 정부가 고(故)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을 위한 방북을 불허하면서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7월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과 탈북자 대거입국 사태는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장관급 회담을 무산시킬 정도로 남북 당국간 관계를 급속히 냉각시켰고그 여파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은 지난 7월말∼8월초 금강산 또는 중국 등지에서 진행된 민간단체간 실무접촉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나타내면서 남측 민간단체들의 방북에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2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오는 24∼29일 평양에서 남북작가대회 개최에 합의했다는 낭보를 전해오면서 각종 악재로 막혔던 민간교류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이 8ㆍ15 공동행사 성사 조건으로 남측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ㆍ범민련 참가 허용을 내세우면서 저울추가 다시 무산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지난 3일 공동행사 남측 추진본부에 보낸 팩스에서 "귀측 당국이 범민련ㆍ한총련 의장 등을 포함한 각계 인사를 차별없이 참가시킬 데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오는 13일까지 행사 준비를 완료하고 귀측의 긍정적 대답을 기다리겠다"는 여지는 남겼지만 방점이 범민련ㆍ한총련에 찍혀 있는 만큼 사실상 남측 당국에보내는 최후통첩이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지난 6일 "북측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범민련ㆍ한총련을 참가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당국간 타협의 여지를 일축했다.

한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종단, 통일연대 등 3대 민간단체로 구성된 남측 추진본부 내부에서도 한총련ㆍ범민련 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각각 독자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통일연대는 한총련ㆍ범민련 합법화에 공감하는 단체들로 별도의 8ㆍ15 대회 추진기구를 구성해 북측과 공동행사를 진행하거나 남쪽에서 따로 기념행사를 갖겠다는입장을 정하고 독자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민화협 등은 통일연대에 대해 "추진본부에서 뛰쳐 나가겠다는 의도"라며불쾌감을 내비치면서 오는 14일 국회에서 별도로 광복절 평화음악회를 개최하겠다는계획을 밝혔다.

남측 추진본부는 지난 10일 조건없이 8ㆍ15 공동행사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 민화협에 다시 전달했지만 범민련ㆍ한총련에 대한 남측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북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대회가 무산되거나 남ㆍ북 각각의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