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경기회복세 지속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기는 했으나 기록적인 고유가 추세 등을 감안할 때 FRB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견해들이 월가에서 속속 제시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로이터는 11일(이하 현지시각) 회복세가 주춤하는 것이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이라는 판단 하에 FRB가 금리 인상을 강행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성장세 둔화 속에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오히려 높이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또 FRB의 금리 인상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내달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지 않겠느냐는 앞서의 관측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FRB 통화정책이사를 지냈던 인물들을 인용해 FRB가 점진적으로 금리를올린다는 방침을 고수한 것이 `위험한 게임'이라고 전했다.
유가가 결국은 진정될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FRB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로런스 마이어는 로이터에 "유가가 (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 기준으로) 결국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들이 그간 나왔다"면서 그러나 정작 현실은 다르게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치솟는다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해야할 것"이라면서 "45달러대가 되더라도 고통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은 11일 뉴욕시장에서 한때 배럴당 기록적인 45.04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 안정을 위해 즉각 추가증산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 우려와 멕시코만의 폭풍으로 인한 조업 중단, 그리고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 사태 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시 FOMC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찰스슈왑 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릴리 그램리도 로이터에 "미 경제의 근간이 여전히 견실한 것은 틀림없다"면서 그러나 "배럴당 50달러가 될 경우 분명히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소재 디시젼 이코노믹스 소속 앨런 시나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고유가가 머지않아 진정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FRB가 `용감하게' 금리인상 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시나이는 그러나 FRB의 이같은 결정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오히려 더커지는 상황이 초래됐다면서 "고유가가 이미 다른 핵심 물가들도 밀어올리기 시작한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유가 파장이 물가 전반에 깊이 자리잡게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필립 코건 증권부장도 11일 기명 칼럼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 볼 때 FRB의 이번 금리 인상이 상황을 더 어렵게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FRB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 경기회복세가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셈이라면서 이 때문에 미 증시가 반등하기도 했으나 유럽 쪽에서는 뒷받침되지 않는`반짝 장세'에 그쳤음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코건은 메릴 린치가 금주초 내놓은 시황 보고서를 인용해 "증시에 관망세가 확연하다"면서 "FOMC가 9월에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앞서 심심치않게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시는 침체 분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술주 동향을 상기시키면서 통상적으로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기술주가 가장 먼저 혜택을 보지만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반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