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홍 사장은 지난 2002년 10월 장만한 집에서 큰 거래를 한 건 성사시켰다.

그해 12월 프랑스 국영석유회사의 용선 업무를 맡고 있는 라브네(Larvnett)라는 이름의 매니저가 방한했다.

유 사장은 그들 부부를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할 일이 있었다.

유 사장은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 부부에게 우리나라의 차(茶)문화와 전통예술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명해줬다.

질 좋은 다기(茶器) 세트와 부인이 직접 그린 민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동양문화를 얘기하면서 코드가 맞다고 느꼈던지 라브네씨는 자연스럽게 사업 얘기를 꺼냈다.

3만7천t짜리 정유 운반선이 필요한데 현대중공업이 견적과 설계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온 것.

유 사장은 일주일 내에 도면과 견적서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유 사장은 척당 2천4백만달러의 가격에 견적을 뽑아 설계도를 보냈고 얼마 뒤 프랑스로부터 e메일이 왔다.

'귀사가 설계한 배를 발주할 예정이니 선사를 지명해보라'는 것이었다.

갑(甲)과 을(乙)의 관계에 놓여 있는 선사와 조선사 사이에서 조선사가 선사를 지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유 사장은 미국의 OMI사를 선택했다.

미국 선사와 협의를 마친 프랑스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척당 가격을 유 사장이 제시한 가격보다 3백만달러 많은 2천9백만달러로 올렸고 발주물량도 당초 3척을 9척으로 늘려놓았다는 것.

"집터가 명당인 모양입니다. 아내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