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경제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해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당정이 이달 하순께 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 예산안을 당초 계획보다 늘릴 방침인 가운데 KDI의 이같은 '신중론' 제기는 재정 확대 논란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KDI는 이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강봉균 이종걸 우제창 의원 등과 경제정책 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경기 침체는 생산능력 저하, 유가 급등 등 총공급 측면의 충격에 따른 것으로 물가까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며 "따라서 추가적 물가상승을 수반하는 대규모 부양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KDI는 단기 거시경제 정책 방향으로 "올해 재정정책 기조가 다소 확장적인 데다 내수 침체와 재정의 조기 집행 실적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KDI는 또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주의하며 저금리 정책 기조 속에 환율이 외환 수급에 따라 신축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확대 규모와 관련,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약 7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며 재정 확대를 주장했다.

강봉균 의원은 "현재의 경기 침체가 1년 또는 1년 반 이상 지속될 경우 정치적으로 견디기 힘든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총수요가 부족할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국채를 발행해 내수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