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초밥왕 경영론'이 화제다.


최 회장이 '초밥왕'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그룹 연수원 SK아카데미에서다.


올 상반기에 채용한 3백명 신입직원과의 대화 시간을 갖던 그는 책을 한권 추천해 달라는 한 직원의 요청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하나 있는데 경영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며 대뜸 일본 인기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권했다는 것.고상한 책을 예상했던 신입직원들은 최 회장의 뜻밖의 답변에 박장대소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최 회장이 초밥왕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만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초밥왕 '쇼타'의 사고 및 행동방식이 SK의 경영원칙과 너무나 맞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만화의 줄거리는 시골마을 출신의 초밥집 아들 '쇼타'가 도쿄로 상경,온갖 고생 끝에 일본 최고의 초밥 요리사 자리에 오른다는 것.초밥 하나에도 애정을 담는 쇼타의 장인정신과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직업윤리 등이 △현실인식 경영 △인간존중 경영 △합리적 경영이라는 'SK의 경영3원칙'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SK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 임직원들도 모두 '미스터 초밥왕'을 읽느라 분주하다.


국내 특급호텔의 임직원 교재로 채택되기도 한 이 만화책이 드디어 재계 4위 그룹의 경영철학 연구서적으로까지 채택된 셈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미스터 초밥왕' 44권을 독파했다는 권오용 SK기업문화실 전무는 "최 회장께서 만화책을 읽고 SK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SK 경영진 사이에선 이 참에 '김치왕'이라는 만화를 엮어 일본에 역수출해 보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고.쉐라톤워커힐 호텔이 판매중인 '수펙스김치'의 개발 과정을 만화로 엮어 일본에 수출할 경우 안그래도 김치마니아인 일본인들의 한류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