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12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 등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재확인했다.


이날 연세대 상경관에서 '한국경제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이 부총리는 "경기의 안정적 관리와 구조개혁은 별개의 문제"라며 경기부양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워도 부작용이 큰 단기부양책을 써서는 안된다"며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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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부총리 "反시장 근본주의 목소리 커져 문제"


이헌재 부총리는 이날 오찬강연에서 "경기관리 대책이 구조조정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경기의 안정적 관리와 구조개혁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단기 경제정책 목표는 경기과열이나 급랭을 방지해 경기진폭을 줄이는 것"이라며 "이러한 거시정책 목표를 오해하고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더이상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은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유연하고 탄력성 있게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 중에는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고 내년에도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나라당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감세조치는 소비증대 등 내수진작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재확인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이념 논쟁과 관련, 이 부총리는 "유독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의 목표는 빈부격차 해소가 아닌 빈곤타파가 돼야 하고,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 반감도 사라져야 한다"며 "경제개혁의 노력도 좌냐 우냐 하는 이념적인 차원이 아니라 '시장경제 확립과 경제선진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는 기업가 정신이 가장 중요한 밑천"이라며 "하반기에는 규제개혁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 성과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정우 위원장 "사회주의 비난…어안이 벙벙할뿐"


전체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정우 위원장은 "지금 경제가 어렵고 이로 인해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일종의 '금단현상'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큰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기 때문에 서민들이 일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현재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며 "지금은 (과거 잘못된 내수부양책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허리끈을 졸라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공짜 정심은 없다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최근 민간경제연구소와 언론 등이 제기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 현 정부의 정책이 분배주의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비정하거나 무지하거나 혹은 둘다 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구원의 손길조차 내밀기에 인색한 것이 한국 복지정책의 현주소인데 더 이상의 복지정책을 쓰면 큰일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정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또 정부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는 일부 비판을 겨냥 "무엇이 사회주의적 정책인지 내용을 전혀 얘기하지 않은채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이런 행태를 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이나 '남미형 경제침체'에 빠질수 있다는 경고에 대해서도 "별로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못박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안국신 중앙대 교수 "참여정부 좌파 덫에"


안국신 중앙대 교수는 "참여정부는 일부 정치학자와 경제학자가 규정하는 것처럼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대통령 측근 386들의 경제관에 문제가 있다는게 학계의 일반적인 컨센서스이며, 현재 행태로 봐서는 국가경쟁력 강화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좌파정권에서는 여론몰이와 대중영합적 정책들이 출몰하고 경제는 뒷전인 채 '정치제일주의'가 횡행하게 마련"이라며 "'시민혁명이 진행 중이고 과거청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게 단적인 예"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됐던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분배와 형평을 내세우는게 시대정신이었지만 잠재성장률이 5%대로 낮아지고 국경없는 전방위 경쟁이 격화되는 세계화 시대에는 효율을 앞세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재벌정책에 대해서도 안 교수는 "경쟁력 있고 수익을 내는 기업은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시장이 받아들인다"며 "모든 기업에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강요하기보다는 각 기업이 스스로 최선의 형태를 갖춰가면서 투명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