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날씨가 덥다보니..정규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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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청와대 정책위원장은 참 재미있는 분이다.
한마디로 골계(滑稽) 미학을 안다.
혹 '골계'라는 말을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덧붙여놓자면 시쳇말로 '골 때리는 해학' 정도라고 정의해둘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저분이 농담을 좀 진하게 하는 것인가 하고 듣게 되지만 나중에는 진담과 농담이 버무려져 어떤 것이 진담인지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아예 언어의 윗길로 다니고 있기 때문인지,아니면 언어의 파롤(parole)만 좇는 기자의 수용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어제 그는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 평등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듣다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비판들이 "너무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야말로 대중의 여론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면서 이 위원장은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다…!?"
한동안 그가 말하는 '벙벙한 어안'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지만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하기야 세상 인심도 고약해졌고 #%$@& 따위의 인터넷 언어로 말해야만 말귀를 알아먹는 시대가 되면서 언어라는 언어는 모두 농담으로 전락한 지도 오래 됐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청와대 정책위원장의 언어사용이 이토록 골계식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
그가 여전히 대학교수로 봉직하고 있다면 다만 학생들의 손실로 끝날 일이지만 스스로 강조하듯이 국가의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자리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대중으로부터 독립된…"이라는 말부터가 아니올시다이다.
그의 설명이 맞다면 참여정부는 차라리 '참여'라는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는 대중의 간섭이 아니라 아예 대중의 참여를 각 단계 의사결정 구조의 뼈대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그는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대중의 혹은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집권당의 깃발 또한 내려야 옳다.
불행히도 이런 예는 끊임 없이 이어진다. 부동산 문제도 그런 경우다.
자산가에 대한 '대중의' 적의를 에너지로,앞뒤 없는 초강력 규제를 동원해 건설경기를 박살낸 다음 지금에 와서 다시 살려내느라 안달하는 것이 골계가 아니면 무엇이며 대중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지.
세미나 장에서 어안이 벙벙한 분이 이 위원장 혼자만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헤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던 이헌재 부총리는 "반시장 근본주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려댔다. 부총리의 말을 듣는 위원장은 어안이 벙벙하고 위원장의 말을 듣는 부총리는 어이가 없었을테니 이 또한 만만치 않은 한여름밤의 코미디다.
어쨌거나 한국은행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다지 화급하게 금리를 내리고 있으며,무엇 때문에 집권당은 적자를 보더라도 확대재정을 짜겠다고 서두르는 것인지,무엇 때문에 집권당의 수뇌부가 총동원돼 경제계 인사들을 구두 굽이 닳도록 만나고 다니는지….
아쉽게도 이 위원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인데 집권당의 지도자들까지 백주의 유령을 보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인지.하기야 요즘 귀신영화가 유행이고 며칠 전에는 언론의 완장문화와 싸우자는 분도 있었으니 다만 날씨가 더워 나타나는 다양한 굴절 현상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할 터.
jkj@hankyung.com
한마디로 골계(滑稽) 미학을 안다.
혹 '골계'라는 말을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덧붙여놓자면 시쳇말로 '골 때리는 해학' 정도라고 정의해둘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저분이 농담을 좀 진하게 하는 것인가 하고 듣게 되지만 나중에는 진담과 농담이 버무려져 어떤 것이 진담인지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아예 언어의 윗길로 다니고 있기 때문인지,아니면 언어의 파롤(parole)만 좇는 기자의 수용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어제 그는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 평등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듣다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비판들이 "너무도 사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야말로 대중의 여론으로부터 가장 독립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면서 이 위원장은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다…!?"
한동안 그가 말하는 '벙벙한 어안'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지만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하기야 세상 인심도 고약해졌고 #%$@& 따위의 인터넷 언어로 말해야만 말귀를 알아먹는 시대가 되면서 언어라는 언어는 모두 농담으로 전락한 지도 오래 됐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청와대 정책위원장의 언어사용이 이토록 골계식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
그가 여전히 대학교수로 봉직하고 있다면 다만 학생들의 손실로 끝날 일이지만 스스로 강조하듯이 국가의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자리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대중으로부터 독립된…"이라는 말부터가 아니올시다이다.
그의 설명이 맞다면 참여정부는 차라리 '참여'라는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는 대중의 간섭이 아니라 아예 대중의 참여를 각 단계 의사결정 구조의 뼈대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그는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대중의 혹은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집권당의 깃발 또한 내려야 옳다.
불행히도 이런 예는 끊임 없이 이어진다. 부동산 문제도 그런 경우다.
자산가에 대한 '대중의' 적의를 에너지로,앞뒤 없는 초강력 규제를 동원해 건설경기를 박살낸 다음 지금에 와서 다시 살려내느라 안달하는 것이 골계가 아니면 무엇이며 대중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지.
세미나 장에서 어안이 벙벙한 분이 이 위원장 혼자만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헤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던 이헌재 부총리는 "반시장 근본주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려댔다. 부총리의 말을 듣는 위원장은 어안이 벙벙하고 위원장의 말을 듣는 부총리는 어이가 없었을테니 이 또한 만만치 않은 한여름밤의 코미디다.
어쨌거나 한국은행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다지 화급하게 금리를 내리고 있으며,무엇 때문에 집권당은 적자를 보더라도 확대재정을 짜겠다고 서두르는 것인지,무엇 때문에 집권당의 수뇌부가 총동원돼 경제계 인사들을 구두 굽이 닳도록 만나고 다니는지….
아쉽게도 이 위원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인데 집권당의 지도자들까지 백주의 유령을 보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인지.하기야 요즘 귀신영화가 유행이고 며칠 전에는 언론의 완장문화와 싸우자는 분도 있었으니 다만 날씨가 더워 나타나는 다양한 굴절 현상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할 터.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