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로 떠돌던 '코스닥 부도 괴담'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이 증가했지만 자금조달 수단인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은 여의치 않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코스닥기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12일 그로웰전자 그로웰메탈 그로웰텔레콤 등 그로웰 3사에 대해 자금 악화설이 사실인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그로웰 3사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주가 사채를 빌려쓰면서 담보로 맡긴 주식이 처분돼 회사의 최대주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주 공산'이 된 상태다.

최대주주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스턴테크놀로지는 최종부도는 면했지만 만기가 돌아온 4억6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지난 11일 1차 부도를 내 이날 거래가 정지됐다.

바코드 업체인 제일컴테크는 최근 주식을 담보로 한 사채 차입으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회사측이 전 대표를 자금횡령 혐의로 고소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기계장비 생산업체인 TPC메카트로닉스는 직원이 구매자금 대출을 유용,20억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올들어 자금악화설로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곳은 20개사(21건)에 달한다.

지난해의 6개사에 비해 3.3배로 늘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사채를 조달했다가 유동성 위기를 맞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자금악화설이 나도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 부실화 방지를 빌미로 우량 업체에까지 대출금 상환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기업의 대량 부도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