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3개월 만에 콜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물가보다는 경기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 정부ㆍ여당이 재정확대 논쟁에 불을 지피면서 전방위 경기부양에 나선데 대해 '금리 지원사격'으로 거든 것.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환영'과 '당혹'으로 엇갈린다.

적극적인 내수진작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은이 그동안 박승 총재의 발언과 각종 자료 등을 통해 당분간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왔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인하로 인한 시장 예측력 훼손의 후유증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 6월 금통위를 연 뒤 내놓은 발표문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잠재돼 있다", 7월 발표문에서는 "고유가 지속으로 상방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해 물가압박을 고려한 콜금리 인상설까지 낳게 했었다.

박 총재도 콜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금리가 높아서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날은 콜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을 줄여 소비ㆍ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제시해온 통화정책방향의 공신력이 흔들리고 시장의 금리정책 예측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은은 콜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기업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0.1%포인트 오르고 가계의 이자지급도 8천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설명을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정부와 여당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