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愍榮 < LG경제硏 연구위원 >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연 3.5%로 내렸다.

내수 부진의 터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실 어제의 금리 인하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금리 인하 효과가 그다지 확실치 않은 데다 미국 영국 등 국제금리가 인상 추세를 보이고 있고,최근 통계에서 내수 회복의 조짐이 흐릿하게나마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경제상황의 추이를 보다가 연말쯤에나 금리 인하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고유가 지속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몇 가지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첫째,정부(한국은행 포함)가 경기 인식에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해 오던 정부가 현재의 경기 부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민간과 달리 낙관적인 경기인식을 배경으로 그 동안 여러 가지 경기대책이 나왔으나 대부분은 별다른 효과도 의미도 없었다.

경기대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간의 상호 신뢰와 더불어 경기상황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투자 및 소비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에다 돈이 넘쳐나도 대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으며,가계의 구매력이 완만하게나마 증가하고 있어도 민간소비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부분 심리 부진에 원인이 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예상을 뒤엎고 이뤄졌으며 정부가 경기 부양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심리 개선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실질적인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된다.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서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곧바로 증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구당 평균 3천만원의 부채를 진 우리 경제에서 이자상환 부담은 내수 부진의 중요한 배경이 되어 왔으며,금리 인하에 따라 이자상환 부담이 감소해 소비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먼저 물가 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지만,현재 물가 상승요인이 공급측 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어서 금리 인하를 통한 수요 증가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물가에는 별로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시장 동요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향후 경기 전망이나 주택수급 측면을 보아도 당분간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먹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리격차 축소에 따라 자본 이탈 가능성도 언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채권 투자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동이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개인들의 자금유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겠지만 유출규모가 크지만 않다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 절상 압력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차례의 금리 인하로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 회복과 나아가 성장잠재력 확충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자세가 중요하다.

따라서 바라건대 금리 정책과 더불어 확장적 재정정책도 실시되었으면 한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나 신용불량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과감한 해법 제시,중소기업 보증기관들에 대한 자금여력 확충 등이 자금 용도의 몇 가지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정책의 수행에 있어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시장친화적인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