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유영철씨(34)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살인 후 피해자의 인육을 먹었고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백명까지 죽일 생각이었다는 엽기적인 진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동호 부장검사)는 작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부녀자 권모씨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한 혐의(살인·사체손괴 및 유기 등) 등으로 유씨를 13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유씨가 조사과정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1백명까지 살해했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살인의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며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갈수록 '발전'했던 점으로 미뤄 살인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2000년 6월 모 월간지에서 1999년말부터 2000년 초 부산에서 9명을 연쇄살인한 정두영씨 사건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을 본 뒤 정씨의 살해수법을 참고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작년 9월24일 신사동에서 망치로 노인 2명을 살해하기 앞서 개를 상대로 연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백명까지 살인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고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장기 일부를 먹었다고 했으나 검찰은 실제로 먹었는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와 면담한 정신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씨는 정신질환자는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공감하는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불신의 바탕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체계를 가진 전형적 반사회적 성격장애자 징후를 보였다.

한편 유씨가 범행에 사용한 해머와 유씨 자택 냉장고 외벽에서 피해자들의 유전자형이 검출됐고 주택가 살인사건 범행현장에서의 `족흔'이 유씨의 것과 일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