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시중의 단기자금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해외시장이나 부동산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 금리는 콜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하향 조정에 들어갔고 주식시장은 반짝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지속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투신권 자금은 늘고 있으나 단기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단기 자금 사상 최고..은행 자금 이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증권.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은행, 투신사, 종금사 등 주요 금융기관 수신자금의 월평균 잔액은 791조4천억원이고 이 중 49.1%인 388조8천억원이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이같은 단기 자금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주 콜금리 인하후 은행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기예금과 단기예금의금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번 주중 대부분 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은행권 자금 이탈은 은행권 여수신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4%대에서 3%대로 내려 앉은 지난 3월 이후 은행 신탁부문이 위축되면서 시작됐었는데, 이제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시 침체로 `탈진'에 가까울 정도 자금 이탈이 심화된 가운데 콜금리 인하 조치가 내려졌으나 장기적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3조원을 웃돌던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 합계가 지난달에는 2조원을 밑도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극심한 거래 부진 속에서 고객예탁금도 지난 5월말 8조원대로 내려 앉은 뒤 지난달에는 7조7천억원대까지 줄기도 했다.

증권 분석가들은 이번 콜금리 인하가 정부의 내수진작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돼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도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신자금 19조 늘어..단기상품 집중 투신권 자금은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였으나 단기 상품과 채권형 상품에 자금이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지난 12일 기준 164조원으로 지난해말 145조원에 비해 19조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세가 초단기 상품인 MMF와 시중 금리 하락세에 기댄 채권형의 증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주식형은 오히려 줄었다.

MMF는 지난해말 42조원에서 55조원으로 13조원이나 늘었고 단기 채권형 펀드는34조원에서 38조원으로, 장기 채권형은 20조원에서 25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주식형은 9조원에서 8조원으로, 주식 혼합형은 12조원에서 10조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채권시장에서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주말 0.13% 포인트 급락한 연 3.74%로 마감,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후 이틀째 폭락해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 급락은 채권값의 급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 채권 펀드에 가입한투자자들의 수익률은 그 만큼 높아졌지만 금리의 추가 하락 여부가 불투명해 신규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단기부동' 심화..해외.부동산 기웃 콜금리 인하 이후 이런 여건은 단기자금의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전망이다.

은행 예금의 메리트가 감소하고 증시와 채권시장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중 자금은 뚜렷한 방향성을 찾을 때까지 단기 상품으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는 반대로 국내 금리의 인하로 인한 장기 금리의 역전현상이 심화될 경우 더 높은 이자를 쫓는 자금의 해외 유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콜금리 인하가 채권시장에는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은행권 자금은 다소 시차를 두고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자금이은행에 남아 있다가 중.장기적으로는 이탈해 증시나 투신권을 타진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사장은 그러나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채권 금리가 반등하기 때문에 투신권으로의 유입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을 특정 부문에 장기적으로 묶어두기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석 한국투신 채권운용본부장은 "은행권은 자금 운용 자체가 어려워져 수신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고 일정한 자금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신 고배당 등을 노린 주식관련 수익증권으로 자금이 다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 여건은 여전히 호전되지 않아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일부 자금은 해외 채권을 매수하거나 부동산을 기웃거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