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버겁다.

연일 치솟는 국제 유가가 주가의 발목을 꽉 틀어쥐고 놓아주질 않는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 컴퓨터 제조회사인 델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유가에 발목이 잡혔다.

9월 인도분 원유가격은 배럴당 46.50달러로 올랐다.

처음으로 46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 시장은 힘을 잃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10.7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9,825.35를 나타냈고 나스닥도 4.73포인트 상승,1,757.22를 기록했다.

여전히 연중 최저치에서 맴돌고 있다.

한 주 전체론 다우가 0.10% 오른 반면 나스닥은 1.11 %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하는 한 주가는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원유시장 환경은 좋지 않다.

이라크 유전의 공급불안에 베네수엘라 요인까지 겹쳐 있는데다 인디애나주의 한 정유소에서 화재가 발생,쉽게 안정될 것 같지 않다.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인 피터 부크바르는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랠리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크바르는 "약세장으로 들어섰다"며 "오름세가 나타나더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스트로브 매카티 리서치의 주식 담당인 조 리로는 한 술 더 뜬다.

"요즘에는 현금을 들고 있는게 낫다.

지정학적 위험이 사라지고 경제 회복세가 강력하다는 신호가 다시 나올 때까지는 현금보유 전략을 권하고 싶다."

경제지표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6월 무역적자는 5백58억달러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도 나빠졌다.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켰다.

델의 실적마저 부진했더라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뻔했을 정도로 시장 여건은 좋지 않았다.

이번 주도 유가 동향이 최대 관건이다.

부진을 털고 일어설 수 있을지는 원유 시장이 결정할 것 같다.

이번주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로는 7월 물가다.

인플레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CBS 마켓 워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0.3% 올랐던 소비자 물가는 7월에 0.1%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물가는 0.2%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발표되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노동시장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7월 비농업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3만2천명에 그친 후 노동시장 동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노동시장 동향은 경기회복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