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유가하의 환율방어 정책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국제유가(WTI·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가 배럴당 46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환율은 1천1백60원대로 상승했다.
외환정책 당국자도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자금의 환율방어 대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처럼 서로 상반된 효과를 갖는 경제현상이 나타날 때에 정책은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느냐 하는 정책적 판단과 선택시 경제에 미치는 효과,그리고 정책추진에 흡수능력을 감안해야 한다.
사후적으로도 특정 경제현상과 수단을 선택함에 따라 뜻하지 않게 부담이 전가되는 경제주체들에게는 보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로 본다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침체된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경기는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해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내수가 부진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체감경기가 안 좋은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아무래도 국제유가는 원화 환율보다 국민들의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종 가격변수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를 산출해 보면 유가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콜금리가 내린 상황에서 고유가와 환율방어 대책을 동시에 취할 경우 인플레 희생을 통한 체감경기의 급격한 악화와 자본이탈이 우려된다.
거시변수를 중심으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는 유가 변화가 원화 환율변화보다는 크게 나온다.
경제효과의 범위도 유가 변화는 대부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원화 환율변화는 일부 기업과 계층에 제한돼 있다.
지금은 고유가에 따른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흡수능력 면에서는 수출쪽이 많아 보인다.
현재 우리 경기는 수출이 지탱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환율의존형 수출편중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도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가 적은 상태에서 환율방어를 통한 수출증대정책은 내수와의 괴리,산업 혹은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최근처럼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환율은 시장에 그대로 맡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고유가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면서 더 악화될 우려가 있는 체감경기 개선을 통해 정부가 바라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또 고질적 문제점인 수출과 내수와의 괴리,산업 혹은 소득불균형,자본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고유가 하에서 환율방어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유류세를 내리는 정책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이 움직임은 감지된다.
문제는 유류세에 대한 재정수입 의존도가 높은 여건에서 유류세 인하는 재정적자 확대로 또하나의 부양축인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아 감세폭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현재 환율구조모형,수출채산성 모델 등을 통해 원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산출해 보면 달러당 1천1백30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처럼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하에서는 최소한 이 수준까지는 원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시켰던 '본때론'과 같은 반시장 정책이 추진될 경우 이번에는 국민이 아니라 정책당국이 본때를 당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