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이 주요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영국 등 구미에서 아트전용 펀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국내에서도 아트펀드 결성을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아트펀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외국의 아트전용 펀드=지난해 4월 영국에서 3억5천만달러(약 4천2백억원) 규모의 아트전용 펀드가 등장한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1억∼1억5천만달러(1천2백억∼1천8백억원) 규모의 '펀우드(Fernwood) 미술품 투자회사'가 생겨났다.

▶한경 2일자 A28면 참조

크리스티경매의 전 임원이었던 필립 호프만과 20년 이상 메릴린치증권에서 근무한 브루스 톱이 각각 설립한 이 펀드들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주식 채권과 함께 조성자금의 일부를 미술품에 투자하던 예전의 펀드와 달리 미술품에만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아트전용 펀드가 최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주식 채권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미술품 투자 수익률보다 낮은 데다 최근 선진국에서의 미술품 경매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어서다.

대표적 미술품 투자지수인 '메이 모제스(Mei Moses)'와 미국 주식시장의 'S&P 500'지수를 비교했을 경우 메이 모제스지수의 상승률이 'S&P 500'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게다가 미술품 경매시장은 올 들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적 미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의 경우 지난 2·4분기 순익이 4천2백50만달러(5백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미술 전문가들은 "지난 5월 경매에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사상 최고가인 1억달러를 돌파하고 경매 거래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젊은 작가들이 속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술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아트펀드 탄생할까=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아트펀드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미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산운용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미술품이 신탁자산에 편입된 데다 이르면 연말부터 미술품도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되는 등 미술품 투자를 위한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은행과 투자자문사 등 몇 곳으로부터 아트펀드를 설립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며 "아트펀드 운용에 필요한 사전 준비작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은 금융회사 또는 투자사와 공동으로 아트펀드를 설립할 경우 펀드 규모를 1백억원에서 2백억원 이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펀드가 조성되면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구입하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외국작가의 작품도 일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