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나는 새를 보고 비행기가 발명됐듯이,지하철은 두더지 구멍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영국 런던시 공무원이었던 찰스 피어슨은 두더지 구멍을 보는 순간 지하철도를 상상한 것이다.

런던은 길이 좁아 늘 골칫거리였는데 두더지 굴처럼 땅속에 길이 있다면 지상교통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피어슨은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를 설득해 1863년 전장 6km의 세계 최초 지하철을 개통시킬 수 있었다.

이후 지하철은 교통난을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각광받으면서 전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유럽대륙에서는 1898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의 빈,프랑스의 파리,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 순으로 지하철이 건설됐다.

미국에서는 1901년 보스턴에 첫 지하철이 생겼고,뉴욕 지하철은 3년 후에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지하철은 1974년 광복절 날 서울역과 청량리간 7.8km가 개통됐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첫 선을 보인지 올해로 꼭 30년째다.

런던의 지하철에 비하면 1백10년 정도 늦었지만 그후 8호선까지 지하철이 건설되면서 수송인원은 모스크바 도쿄에 이어 세계 3위로 발돋움할 만큼 성장을 거듭했다.

명실공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지하철 개통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지하철 건설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몰려 전동차에서 내릴 줄을 몰랐고,말끔히 단장된 역사 구내에서는 도시락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산 국립극장에서의 광복절 행사도중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하는 바람에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금의 지하철은 대구 참사와 같은 아픈 기억과 함께 연극 '지하철 1호선'에서 보여주듯 무표정하고 냉담한 우리 삶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기와 달리 지하철이 속속 건설되면서 그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곳곳에 전시공간이 마련되고,역내 공연장에서는 각종 연주회와 음악회가 수시로 열려 하루일과에 지친 도시민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도 한다.

무료법률상담소가 개설되는가 하면 예식장시설이 구비된 곳도 있다.

훈훈한 인정이 느껴지는 지하철의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