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20일 개봉 '알포인트' .. 베트남 전쟁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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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의 광대뼈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하다.
군복과 머리카락,코와 턱주변에는 진흙더미가 잔뜩 묻어 있다.
백태가 낀 눈동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유령처럼 오싹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는 마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공포의 화신이 된 듯 싶다.
공수창 감독의 전쟁 호러 '알포인트'의 포스터는 전쟁이란 귀기(鬼氣) 어린 공포의 이미지를 짙게 드리운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영화 중 하나로 분류된다.
베트남 전쟁은 참전 용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원귀(怨鬼)로 전락시키는 끔찍한 공포 체험이라는 것이다.
유일한 생존자는 실명(失明)자로 묘사돼 남은 세월을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한다.
참전자들이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그린 한국 영화 '하얀 전쟁',전쟁의 광기를 포착한 '지옥의 묵시록'과 '디어헌터',미군의 악행을 고발한 '플래툰' 등 베트남을 다룬 영화들에서는 그나마 일부 생존자들이 상처를 입은 채로 엄혹한 세월을 견뎌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6개월 전 알포인트 지역에서 실종된 병사들로부터 무전이 걸려 오면서 9명의 수색대가 이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급파돼 겪는 이야기다.
카메라는 전장의 두려움과 공포를 포착한다.
병사들은 머리를 땅에 파묻은 채 총을 쏜다.
대변을 보거나 빈집을 수색할 때도 홀로 남겨질 것이 겁난다.
베트콩 여인을 확인 사살할 때는 서로 쏘지 않으려고 미룬다.
전쟁은 살인을 정당화해 주지만 개인의 양심마저 살인을 정당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알포인트 지역은 한국 군인들의 이런 죄책감과 외국 군인들에 의해 학살된 베트남인들의 원한이 합쳐진 곳이다.
이 영화에는 남성 베트콩은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
동일한 이미지를 지닌 창녀,베트콩 여인,원귀 등 세 여인이 희생자로 나올 뿐이다.
이는 베트남전쟁이 명분 없는 학살이라는 뜻이다.
한국 병사들도 '조국애'에는 관심이 없고 하루속히 귀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도입부와 종반부의 무선통신 장면은 군인들이 망자가 된 후 저승에서 보내는 간절한 귀향의지를 담은 장치다.
대사 전달이 매끄럽지 못한 녹음 상태와 중반부의 반복적인 공포 상황은 다소 지루하다.
그러나 뚜렷한 주제의식과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가 이런 흠들을 압도한다.
20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군복과 머리카락,코와 턱주변에는 진흙더미가 잔뜩 묻어 있다.
백태가 낀 눈동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유령처럼 오싹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는 마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공포의 화신이 된 듯 싶다.
공수창 감독의 전쟁 호러 '알포인트'의 포스터는 전쟁이란 귀기(鬼氣) 어린 공포의 이미지를 짙게 드리운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영화 중 하나로 분류된다.
베트남 전쟁은 참전 용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원귀(怨鬼)로 전락시키는 끔찍한 공포 체험이라는 것이다.
유일한 생존자는 실명(失明)자로 묘사돼 남은 세월을 암흑 속에서 지내야 한다.
참전자들이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그린 한국 영화 '하얀 전쟁',전쟁의 광기를 포착한 '지옥의 묵시록'과 '디어헌터',미군의 악행을 고발한 '플래툰' 등 베트남을 다룬 영화들에서는 그나마 일부 생존자들이 상처를 입은 채로 엄혹한 세월을 견뎌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6개월 전 알포인트 지역에서 실종된 병사들로부터 무전이 걸려 오면서 9명의 수색대가 이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급파돼 겪는 이야기다.
카메라는 전장의 두려움과 공포를 포착한다.
병사들은 머리를 땅에 파묻은 채 총을 쏜다.
대변을 보거나 빈집을 수색할 때도 홀로 남겨질 것이 겁난다.
베트콩 여인을 확인 사살할 때는 서로 쏘지 않으려고 미룬다.
전쟁은 살인을 정당화해 주지만 개인의 양심마저 살인을 정당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알포인트 지역은 한국 군인들의 이런 죄책감과 외국 군인들에 의해 학살된 베트남인들의 원한이 합쳐진 곳이다.
이 영화에는 남성 베트콩은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
동일한 이미지를 지닌 창녀,베트콩 여인,원귀 등 세 여인이 희생자로 나올 뿐이다.
이는 베트남전쟁이 명분 없는 학살이라는 뜻이다.
한국 병사들도 '조국애'에는 관심이 없고 하루속히 귀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도입부와 종반부의 무선통신 장면은 군인들이 망자가 된 후 저승에서 보내는 간절한 귀향의지를 담은 장치다.
대사 전달이 매끄럽지 못한 녹음 상태와 중반부의 반복적인 공포 상황은 다소 지루하다.
그러나 뚜렷한 주제의식과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가 이런 흠들을 압도한다.
20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