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제 개편 문제를 둘러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간 힘겨루기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개편안에서는 금감위를 금융감독업무의 수행 주체로 지목하면서도 세부 역할을 나누지 않은 채 금감위와 금감원이협상을 통해 조정하도록 함으로써 또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미 정부혁신위의 개편안 발표에 앞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부혁신위의 공식 발표 30여분전에 입수된 개편안 원안에 금감원의 역할을 상시감시 및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관계를 금감위에 보고하는 것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금감원을 금감위의 하부기관으로 규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증현 위원장실에 모여든 금감원 임원들은 이 대목에 크게 반발, 금감위 간부들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윤 위원장이 나서 정부혁신위의 발표를 3시간이나 늦추면서 문구 수정작업을 벌여 금감원을 `상시감시 및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16일부터 본격화된 양측간 업무 분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권력적 업무'에 관한 것이다.

정부혁신위가 금융감독 규정의 제.개정, 인.허가, 제재, 불공정거래 조사 등에서 공권력적 부분은 필요한 범위내에서 금감위에서 직접 수행하라고 한 만큼 공권력적 업무에 대한 성격 규정이 필요하나 개념 정리가 쉽지 않은 탓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행정법상으로는 정부가 민간에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것을공권력적 행위로 본다"면서 "다만 어떤 업무의 최종 결과만을 공권력적 행위로 볼것인 지, 최종 결과 도출을 위한 과정까지 공권력적 행위로 볼 것인 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하는 모든 일이 다 공권력"이라면서 "금감원이 공권력적 행위를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금감원 업무의 범위에 제약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이 금감위의 인원을 현재대로 70명 수준으로 동결한 것도논란의 소지가 크다.

금감원측은 금감위가 현재 인력으로는 감독규정 제.개정, 인.허가, 제재, 불공정거래조사 등 역할 분담 대상 업무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금감위가 금융관련 법률 제.개정 요구권을 부여받게 되는 만큼 금융감독정책의 수립과 법령 관련 업무에 주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인력으로는 불공정거래조사와 같은 방대한 업무를 수행할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공권력적 업무를 금감위가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인력 충원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감위와 금감원 합동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의 주 내용은 금감위와 금감원의 실무협의체에서 최종 내용을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금융감독당국이 거듭 날 수 있는 만족스런 결과를 가급적 빨리 도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