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공장에서 세계 일류를 만드는데,제일 중요한 인재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취임한 정창영 연세대 총장(61)이 최근 학교 홈페이지(공지사항)에 한국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한 '자성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총장은 '경애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을 거의 방치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1학년 내내 놀면서 지내거나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평을 흔히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은) 또한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다"며 "본교가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장은 "학부와 대학원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한 학습량 제고 △성적 우수자 특별관리 △명예·겸임·석좌교수 활용을 통한 시간강사 감소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교육도 실사구시의 정신이 지켜져야만 한다"며 "상경·이공계의 경우 현장교육을 강화하고 경제교육도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재정과 관련,"도요타 등 일류 기업과 같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건실한 운영이 필요하다"며 △관리,운영,구매 등에서 10% 예산 절감 △이공계 교수의 기술을 활용한 대학기업 창출 △학생의 벤처창업 지원 △기여우대제를 국민들에게 꾸준히 설득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학교도 살고 나라도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혁신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