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뤄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상 결정에 백악관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통상 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백악관이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FRB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양상이 나타나곤 했다.

백악관 입장에서는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선거를 앞두고 FRB와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특히 부시 현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는 신속한 금리인하조치가 나왔더라면 무기력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현 부시 행정부는 FRB가 4년여 만에,그것도 선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시기에 잇따라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데도 이례적으로 "FRB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FRB의 정책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금리인상에 반대할 경우 미국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바로 부시가 경제를 잘못 이끌었다고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백악관이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9월21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린스펀이 또다시 금리를 올릴지 그래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