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도시~판교신도시~서울공항 주변을 잇는 벨트가 제2의 강남으로 자리매김할까.'

경기 성남시가 서울공항 주변에 2백만평 규모의 둔전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분당∼판교∼서울공항 주변을 잇는 개발축이 서울 강남을 대체할 거대 신도시로 탈바꿈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성남시는 최근 서울공항 이전을 전제로 둔전동 일대를 금융 및 주거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성남시가 도시계획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입장인 반면 시의회와 도시계획위원회 등은 대규모 개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성남시 지도 바뀌나

성남시가 최근 수립한 '2020년 성남 도시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와 중원·수정구 구시가지의 대단위 재개발사업 외에도 둔전신도시,율동 영상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공항 일대 2백만평에는 둔전신도시가,대장동 30만평엔 전원주택단지가,여수동 44만평엔 행정타운이 각각 들어선다.

성남시는 이를 통해 분당신도시와 구시가지로 이원화돼 있는 도시를 1핵(행정타운),2도심(분당·수정중원 도심),2부심(판교·둔전신도시) 체제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또 판교신도시 남쪽 금곡동 일대 26만평을 체육시설용지로 지정해 18홀 규모의 골프장이나 태권도공원을 유치할 계획이다.

율동공원 주변 30만평은 유원지로 지정해 종합레포츠·영상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성남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현재 98만명 수준인 성남시 인구가 올해 말 1백만명을 돌파하고 오는 2020년엔 1백20만명에 달하는 거대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비교해보면

분당신도시(5백94만평)와 판교신도시(2백84만평) 둔전신도시(2백만평)를 합칠 경우 총 1천78만평으로 서울 강남구(행정구역상 1천1백96만평)와 맞먹는 규모가 된다.

강남구가 둔전신도시(예정)와 맞붙어 있기 때문에 강남구가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셈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둔전신도시가 개발되면 판교·분당과 강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며 "결국 이 일대가 강남구의 연장선상에 놓여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많아

성남시의 도시기본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달 초 성남시가 제출한 도시기본계획안에 대해 "대규모 개발계획이 지나치게 많고 시의회나 주민 의견 수렴도 부족하다"며 재심의를 결정했다.

시민단체들도 골프장 신설 등 대규모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성남시 재개발 및 서울공항 문제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위' 등은 이번 개발계획을 '일방적인 밀실 개발행정계획'으로 규정하고 전면 재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는 당초 구상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청이 있는 구시가지의 인구밀도는 ㏊당 4백50명으로 과밀화됐기 때문에 개발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왕 개발할 바에는 성남시를 수도권 남부의 거점도시,강남 대체도시로 육성한다는 게 시의 기본 구상"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안은 이달 말 성남시 및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자문)를 거쳐 올해 말 건설교통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주변 그린벨트 땅값 최고 1백만원 호가

성남시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서울공항 인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땅값이 평당 1백만원대를 넘어서는 등 크게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매물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사이에 있는 그린벨트 땅값은 평당 호가가 1백만∼1백80만원에 달하고 있다.

갈현동은 1백만원,여수동은 1백50만∼1백80만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수진동 대광공인 관계자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장기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도인이 평당 1백만원 이하로는 팔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그린벨트만 풀리면 평당 5백만∼6백만원도 쉽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