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학술대회의 두 목소리..李濟民 <연세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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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정부 간에 경제정책에 대해 근본적 견해 차이가 있는가.
이 물음은 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 계속 제기되더니 지난 12,13 양일간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바로 그런 양상이 드러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디서나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경제학자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에 알려진 것처럼 학계 전체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은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학술회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알려진 것처럼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정책기획위원장 등 주요 정책담당자들이 소견 발표를 했지만, 그 분들과 경제학자들 간에 메울 수없는 차이가 드러난 것은 없었다.
시장경제, 혁신, 투명경영, 세계화, 지역균형발전 같은 장기 과제로부터 내수부양의 중요성 같은 단기 과제까지 기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면 왜 정부와 경제학계 사이에 근본적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가.
우선 무엇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내세우는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원래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누르는 경향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지만, 현 정부에서는 특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조야(粗野)한 급진적 발언, "사회적 정당성만 있다면 법적 정당성은 다소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태도 등이 시장경제, 혁신, 세계화 같은 경제원칙과 맞을 수는 없다.
차기를 꿈꾸는 정치인들을 입각시켜 행정의 큰 부분을 떼어주는 것도 정치논리로 경제정책이 운영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물론 정치 논리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자체도 문제가 많다.
예컨대 노사관계는 어떤가.
적어도 한국의 현 상황에서 정부가 '친노동조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지간한 경제학자의 눈에는 자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
뒤늦게 정책을 수정하고 있지만, 그것이 확고한 것인지에 대해 아직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다.
기업 문제도 그렇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충분히 되지 않아 전체 기업의 30% 가까이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강시기업'이다.
재벌 중에서도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부채비율이 1천%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 것은 내버려두고 크게 본질적이지도 않은 '출자총액 제한' 같은 것을 개혁의 상징인 양 붙들고 논란에 휩싸인 것이 잘한 일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예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그 시사점은 명백하다.
경제정책과 개혁과제의 선택에 있어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을 우선하라는 것이다.
혹자는 경제이론이라는 것이 하나만은 아니고, 경제학자들의 '다수의견'이라는 것도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점에서 현대 경제이론이 여럿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현대 경제이론은 그 분석적 성격 때문에 이념이나 신조가 차지할 영역은 매우 좁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된다.
경제학자 대다수, 예컨대 70%가 찬성하는 이슈만을 잡아 개혁을 해도 현 정부의 남은 임기 3년 반 동안 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개혁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고 한국 경제의 개혁과제는 쌓여 있는 것이다.
경제학계와 정책 담당자 간에 근본적인 견해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고, 적절한 이슈를 잡아서 개혁을 해 나간다는 전제 위에서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했으니 앞으로는 나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
leejm@yonsei.ac.kr
이 물음은 현 정부가 출범한 후에 계속 제기되더니 지난 12,13 양일간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바로 그런 양상이 드러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디서나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경제학자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에 알려진 것처럼 학계 전체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은 예삿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학술회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알려진 것처럼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정책기획위원장 등 주요 정책담당자들이 소견 발표를 했지만, 그 분들과 경제학자들 간에 메울 수없는 차이가 드러난 것은 없었다.
시장경제, 혁신, 투명경영, 세계화, 지역균형발전 같은 장기 과제로부터 내수부양의 중요성 같은 단기 과제까지 기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면 왜 정부와 경제학계 사이에 근본적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가.
우선 무엇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내세우는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원래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누르는 경향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지만, 현 정부에서는 특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조야(粗野)한 급진적 발언, "사회적 정당성만 있다면 법적 정당성은 다소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태도 등이 시장경제, 혁신, 세계화 같은 경제원칙과 맞을 수는 없다.
차기를 꿈꾸는 정치인들을 입각시켜 행정의 큰 부분을 떼어주는 것도 정치논리로 경제정책이 운영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물론 정치 논리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자체도 문제가 많다.
예컨대 노사관계는 어떤가.
적어도 한국의 현 상황에서 정부가 '친노동조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지간한 경제학자의 눈에는 자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
뒤늦게 정책을 수정하고 있지만, 그것이 확고한 것인지에 대해 아직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다.
기업 문제도 그렇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충분히 되지 않아 전체 기업의 30% 가까이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강시기업'이다.
재벌 중에서도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부채비율이 1천%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 것은 내버려두고 크게 본질적이지도 않은 '출자총액 제한' 같은 것을 개혁의 상징인 양 붙들고 논란에 휩싸인 것이 잘한 일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예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그 시사점은 명백하다.
경제정책과 개혁과제의 선택에 있어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을 우선하라는 것이다.
혹자는 경제이론이라는 것이 하나만은 아니고, 경제학자들의 '다수의견'이라는 것도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점에서 현대 경제이론이 여럿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현대 경제이론은 그 분석적 성격 때문에 이념이나 신조가 차지할 영역은 매우 좁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된다.
경제학자 대다수, 예컨대 70%가 찬성하는 이슈만을 잡아 개혁을 해도 현 정부의 남은 임기 3년 반 동안 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개혁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고 한국 경제의 개혁과제는 쌓여 있는 것이다.
경제학계와 정책 담당자 간에 근본적인 견해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정치논리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고, 적절한 이슈를 잡아서 개혁을 해 나간다는 전제 위에서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했으니 앞으로는 나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
leej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