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미국 국채수익률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사상 처음 벌어졌다.

장기금리는 해당국가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단기금리까지 역전되면서 국내에 투자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금 유출이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국인들의 국내투자가 금리변화에 민감한 채권보다는 주로 주식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현 시세는 대부분 매입단가보다 낮아 손절매까지 감수하면서 주식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금리인하로 인한 증시회복을 겨냥해 거꾸로 자금이 더 들어올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단기적인 흐름만 분석한 다분히 낙관적인 시나리오일 뿐이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오히려 악화된다면 그때는 정말 자금유출의 물꼬를 막기 힘들어질 것이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책의 시작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지지만,반대로 추가 부양책 없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는 '고백'으로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내외금리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결국 이제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방향이 달라진다고도 볼수 있다.

우리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자가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줬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같은 경제추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를 늘릴수 있는 후속 대책들을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겉으론 외자유치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외국자본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오는 식의 외자에 대한 이중적이고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