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사장은 지난 98년말 코오롱제약 사장을 맡아 3백여명의 전 직원들에게 1인당 1백만원의 격려금을 돌렸다.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코오롱제약은 그해 19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비중도 높아 조만간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던 상황이었다.

이직률도 40%나 됐다.

배 사장은 "가만히 살펴보니 처음부터 직원들을 닦달하면 안될 것 같았다"며 "우선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놓은 뒤에 사업구조를 재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월말로 몰려있는 현금 회수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회수기간을 단축하는데 총 동원령을 내렸다.

동시에 약국들을 상대로 전 직원이 발로 뛰는 영업을 전개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은 과감하게 생산을 중단했다.

그 결과 지난해말 회사 매출은 3백90억원으로 98년(4백26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백3억원에 달했다.

격려금을 돌리는데 든 비용은 3억원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는 수십억원을 능가했다.

배 사장은 "사업에서는 가끔씩 거꾸로 가는 방법도 있다"며 "종업원들이 저를 믿고 잘 따라줬기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타이어코드 부장 시절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한국타이어 공략도 일종의 '거꾸로 가기'였다.

유연한 발상과 과감한 추진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