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증권의 예비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은 대투증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조건부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제시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만 인수의사를 굳힐 수 있고 그래야만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제조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후손실을 정부가 완전히 보전해 준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나은행은 대투증권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가졌었다.

그러나 예비실사 이후 의지는 상당히 약해졌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부실이 1조2천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 부실을 모두 떠안으면서까지 대투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잠재부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지 않으면 인수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PCA가 인수의사를 접었다고 해서 이런 방침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전략상 대투증권 인수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부실을 모두 떠안으면서까지 인수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투증권의 사후부실 규모를 금융계에서 추정하는 것(1조2천억여원)보다 적은 것으로 보고 있는 데다 사후손실보전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지 않아 하나은행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