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의 소환투표가 끝나더라도 당분간 "베네수엘라 변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정국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세계 5위의 원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석유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가뜩이나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에 베네수엘라 변수 여전=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를 발표한 직후 유가는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로 석유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유가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남미지역에서 유일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 2백64만배럴을 생산,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란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일단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로 정국혼란은 상대적으로 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유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反)차베스 성향의 베네수엘라 석유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과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도 유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적장은 야권을 조정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라며 "미국의 신식민지 침탈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가 이번 소환투표를 비롯 베네수엘라 문제에 개입하려 할 경우 미국 국민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한 방울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정치적 대립과 소요가 계속되면 유가는 여전히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환투표 뜨거운 열기=15일 실시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소환투표는 당초 오후 6시쯤(현지시간) 끝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마지막 투표자가 투표를 마칠 때까지' 연장됐다.

투표장에 몰린 사람들이 워낙 많은데다 새로 도입한 전자투표시스템이 불안정해 투표진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는 오전 6시를 기해 공식 투표가 시작됐으나 새벽 1∼2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을 찾았다.

일부 투표소에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최대 2km까지 늘어섰고 저녁 9시 무렵 15시간이나 넘게 기다린 유권자들도 생겨났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이날 투표를 기다리며 음악을 틀고 도미노 게임을 즐기는등 마치 피크닉을 나온것과 같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투표 진행이 늦어지자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선 일부러 투표 절차를 늦게 진행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카라카스 외곽에선 무장괴한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발포,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