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소규모 가구업체 L사의 김 모 사장(34)은 사업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95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요즘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생산→판매→자금 회수'라는 선순환구조가 부셔졌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에 가구를 납품하던 이 회사는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미 납품한 가구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건자재업체들로부터는 납품대금을 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김 사장은 "주고 받을 돈을 해결하면 회사를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가구 목재 인테리어 건자재 등 관련 중소기업들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일감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 규모 축소에 따른 업체간 출혈경쟁도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생산원가 부담을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목재·가구=30여개 소규모 목재상이 몰려있는 인천시 서구 목재단지의 경우 7월말 현재 1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문을 닫지 않은 업체들도 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있다.

P사의 경우 인원의 50%를 감축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목재를 구입하는 건설회사들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판생산량과 수입량도 크게 줄었다.

올상반기 합판생산량은 37만5천㎥,수입량은 65만5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7%,15.5%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합판제조 물량의 15%를 공급해온 대성목재가 6월부터 합판사업을 접었고 선창산업도 올들어 20%를 감산하고 있다.

가구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는 전국 곳곳에 몰려 있는 대형 가구단지.경기도 마석 포천 등 수도권 대형 가구단지들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D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보다도 수요가 더 줄어든 것 같다"며 "출혈 판매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가구단지에는 '점포정리'와 '사상최저가 할인판매' 등의 간판이 손님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인테리어 및 각종 건자재=서울 송파구에서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변 모 사장은 "올들어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크게 줄어든 데다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서 부동산매매가 뚝 끊겨 신규 인테리어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며 "인근 업체들 중에서 사실상 휴업상태에 들어간 곳이 30% 이상 된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업체들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들어 20∼30% 오른 자재값을 반영해 공사비를 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건자재 업체들도 신규 수주 감소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신음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욕실용품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아크릴시트와 FRP수지 등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데 반해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은 납품가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신규 수주마저 끊겨 1∼2년 후에는 문닫는 건자재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PVC파이프 제조업체인 P사 관계자도 "PVC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50%나 올랐다"며 "그러나 건설경기가 실종돼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려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