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영국계 PCA(프루덴셜 금융그룹)가 돌연 인수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대투증권 매각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예비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과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지만 하나은행은 당초 제시했던 인수조건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하나은행측은 후순위채권담보부증권(CBO)을 주축으로 한 대투의 잠재부실 규모를 1조2천억원으로 보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인수협상 왜 결렬됐나

예금보험공사와 PCA측은 모두 "국제관례상 협상이 깨진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대투의 CBO에 대한 잠재 부실 평가액과 매각 후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후순위CBO 문제는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에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1999∼2000년으로 거슬러간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대우그룹마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거래는 전면 중단되다시피 했다.

이에 채권시장의 '큰손'이었던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등은 보유 중인 부실채권과 정상채권을 서류상회사(SPC)에 넘긴 뒤 이 채권들을 기초자산으로 CBO를 발행했다.

대투증권은 이 가운데 선순위 처리 완료 후에 변제되는 후순위CBO 1조8천억원을 △CBO펀드 및 후순위채펀드 편입 △고유계정(신탁형증권저축 등) 편입 △RP(환매조건부채권) 판매 등을 통해 처리했다.

CBO 만기가 오는 2009년까지인 만큼 현재는 정상채권이지만 향후 부도 등으로 기초자산인 채권이 추가 부실화될 경우 이에 대한 손실보전(Indemnification)을 정부가 얼마나 해줄 것이냐를 놓고 PCA측과 예보 간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투증권은 후순위CBO에서 향후 최대 5천억∼6천억원가량 부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지만 PCA측은 이를 훨씬 높게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PCA측은 과거 제일은행의 매각사례를 들어 풋백옵션 방식의 사후손실 보전을 요구했으나 제일은행 매각시 풋백옵션 때문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했던 정부가 이를 거절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대투증권 매각 어떻게 될까

하나은행과의 인수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자산운용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순위CBO 등 잠재부실에 대한 이견으로 PCA가 대투증권 인수를 포기했다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손실보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은행이 대투증권의 부실규모를 1조2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점에서 정부와의 큰 시각차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김교식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사무국장은 "예비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이 진지한 매입의사를 보여 왔다"며 다소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자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매각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나은행이 포기할 경우 당초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다른 기관들을 대상으로 계속 매각을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택ㆍ이상열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