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워지면 받아보기 힘든 자료들이 몇가지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자들은 실업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신용불량자 수 같은 것들을 놓고 통계기관들과 적잖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기자들은 "동향파악을 위해 필요하다"며 자료공개를 끈질기게 요구했고,통계 기관들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버텼다.

물론 대부분이 상급 기관인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 요청에 따른 것이었지만.

최근엔 국세 징수실적 자료가 '공개불가'인 모양이다.

16일 상반기 국세 징수실적을 취재하면서 통화하게 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몇달 전만 해도 저희한테 자료를 넘겨주면서 분석을 요구하시던 분(재경부 지칭)들이 3개월 이상 자료를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런 것 같냐는 질문에 "세금이 조(兆)단위로 부족할 것 같은데 언론에 공개돼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 국세징수실적 상황을 표로 게재했다가 재경부로부터 '호통'을 들었다고 했다.

'쓸데없는 자료'까지 실어서 세금이 잘 안걷힌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때문인지 이달 그 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엔 국세징수 실적표가 쏙 빠졌다.

재경부에 그런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자료 생산처는 재경부가 아니라 국세청인데 우리가 맘대로 자료를 주라 마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최근 재경부가 세수에 관해 매우 민감한 상태인 것 만은 사실인 것 같다.

정부 내부에서 나온 세수부족 전망치에 대해서도 언론에 보도되면 즉각 '소송불사' 등을 외칠 정도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살림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도 많겠지만,어려운 점은 솔직히 인정하고 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