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장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매전략을 발빠르게 바꾸고 있다.

지난 5월중순 이후 한달넘게 철강 화학 등 소재주를 집중 순매수한 데 이어 6월 중순부터는 음식료 등 내수관련 대표주를,7월 중순부터는 은행주를 순매수하는 등 한달 단위로 매수업종을 바꾸는 발빠른 순환매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앞으로 외국인의 매수대상이 어떤 업종으로 옮겨갈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 순환매 IT로 옮겨갈까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 타깃이 IT(정보기술)주로 이동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반등을 주도했던 은행주 등 내수주들이 많이 올라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최근 반등은 주가가 너무 싸다는 인식 때문이었지만 내수 대표주들의 경우 주가가 단기 급등해 저평가가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관건은 IT 제품,그 중에서도 특히 올들어 IT경기 하락을 촉발시켰던 LCD 가격의 추이"라며 "LCD 패널가격 하락은 9월께 절정에 달한 뒤 서서히 진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따라서 "내수주가 최근 급반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생기고 IT제품 가격 하락이 수그러드는 9월부터는 외국인 순환매 성격의 자금이 IT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도 "한국의 IT 대표기업들은 세계 IT경기 부진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데다 최근 주가하락폭도 커 상대적으로 투자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타깃이 조만간 IT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내수주에서 맴돌 것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IT주 매수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기대난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IT경기가 이미 하강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인데다 외국인의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이상 IT주로의 순환매 이동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 정부의 내수부양 의지라는 '모멘텀'과 가격 메리트를 동시에 갖춘 내수주에 외국인 자금이 당분간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도 "IT주에 대한 외국인의 일시적 순환매가 일어나더라도 세계 IT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이상 추세적으로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은 과거의 구조적인 부실을 털어내고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은행주와 내수회복을 겨냥한 소비관련주를 당분간 추가매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