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소환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원유시장의 "베네수엘라 변수"는 일단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소환발의가 부결된 직후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시장의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라크 정정불안,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파산가능성,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증산여력 부족 등 유가급등을 촉발시킨 여러 요인들이 상존해 차베스의 소환투표 승리만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속단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차베스,예상보다 압승=베네수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소환투표의 잠정집계 결과 소환에 반대하는 표가 58%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개표율을 감안할때 사실상 차베스가 소환투표에서 예상보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을 의미한다.

이는 베네수엘라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곤층이 차베스를 적극 지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전문가들은 차베스가 어렵게 대통령직을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 중도하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15일 실시된 소환투표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초 이날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소환투표는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대거 몰린데다 새로 도입한 전자투표 시스템이 불안정해 세번이나 마감시한을 연장,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에는 오전 1∼2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일부 투표소에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최대 2km까지 늘어섰다.

◆베네수엘라 유가변수는 여전할 듯=차베스 대통령은 소환투표에 앞서 "자신이 패배할 경우 유가가 1백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며 자신이 승리해야 석유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유가도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의 '차베스 승리'발표 직후에도 석유시장 안정을 보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로 국제유가의 급등세는 일단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베스의 대통령직 중도하차로 정국불안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투표결과 발표 직전 뉴욕상품거래소 장외거래에서 배럴당 46.91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 가격이 차베스 승리발표 후 45.70달러까지 하락한 것은 시장에서 국제유가에 미치는 '베네수엘라 효과'가 이전보다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의 승리로 베네수엘라 원유공급 차질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반(反)차베스 성향의 베네수엘라 석유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차베스 대통령과 미국간의 껄끄러운 관계도 유가엔 부담이다.

결론적으로 차베스의 소환투표 승리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라크 정정불안,유코스사태 등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어 유가는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열·박성완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