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정보통신부가 잘못된 정보기술(IT) 전문인력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이 분야의 인력을 과잉 양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IT 관련 학과 졸업생의 저취업률을 그 증거로 제시하면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직업훈련 교육기관 등을 통해 배출되는 비전공인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규 교육기관으로 인력 공급원을 한정, IT 전문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잘못 전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공식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7년 9월 미 상무부는 '미국의 새로운 적자:정보기술(IT) 인력의 부족'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당시의 일반적인 분위기로 본다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보고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해인 98년 3월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우리와 달리 의회 쪽에서 감사원 같은 일을 하는 곳)는 상무부 보고서가 방법론에 문제가 있으며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상무부의 재반박이 이어졌고 GAO 또한 하나하나 응답했다.

당시 필자는 그런 논쟁을 보면서 신선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감사원의 이번 지적도 같은 맥락일까.

연구방법론까지 문제삼은 것이 그렇게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의 보고서가 2001년도의 것으로 거의 3년이나 지났다.

또 저취업률을 수급전망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무성하다.

요즘 정통부는 동네북이 된 꼴이다.

정보화촉진기금에 대한 감사가 검찰 수사로 비화됐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IT 연구개발의 요람이라고 할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잘못이 있다면 물론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매듭된 듯하다가도 정치ㆍ사회적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만 하면 또 끄집어내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통신요금이 인하됐다.

정통부 위에 재경부, 재경부 위에 당정협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재경부의 물가안정 요구와 당정협의 결정으로 모든게 끝났다.

통신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건지 싼 건지, 또 소비자당 통신 사용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건지 아닌지 등은 따질 필요가 없다.

번호이동성 등 경쟁상황과 요금인하 효과와 같은 것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요금인하시 사업자의 투자여력 같은 문제도 뒷전이다.

그럴 바엔 요금심의위원회는 왜 있으며, 요금 인ㆍ허가제니 신고제니 하는 것들은 또 뭐하러 있는지 모르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세도 거세다.

정부가 민간업체의 가격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제 폐지를 정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사업자와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해 각각 담합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클린마케팅 선언에 대해 정통부가 관여했는지도 집중 조사 대상이란 후문이다.

도대체 통신위원회는 왜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뿐인가.

방송위원회도 한몫 하고 있다.

지금 정통부의 위성 DMB 사업은 방송위원회 인가 문제로 막혀 있다.

이래저래 업체나 연구기관만 죽을 맛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사원 재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위원회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통부 탓이 크다.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더 이상 할 역할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언제까지 '통신산업, 통신시장의 특수성'만 주장하고 있을 것인가.

정통부는 신성장동력 전략으로 이른바 'IT839'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 너무도 뻔하다.

<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