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장기불황'을 벗어난 일본기업들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자신감을 되찾은 그들이 한국을 최우선대상으로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나 본 일본의 한 LCD(액정표시장치) 업체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코스트 경쟁력에서 밀려 반도체 LCD 등의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지만, 1년내 탈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경쟁사와 손을 잡고 대대적인 공동투자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한국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 제조업부문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올해 20%에 가까운 증가율이 예상된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는 그래서 '남의 나라 잘 나간다'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설비투자의 대부분이 첨단 미래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대(對) 한국 투자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1억4천만달러에 달했다.

투자업종도 자동차는 물론 유통 식품 등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이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일부에서는 버블붕괴와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기업 체질이 오히려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10년의 긴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채무 고용 설비 등 이른바 '3대과잉' 문제를 걷어내는데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버블시기 과잉투자로 6백조엔을 넘나들던 채무규모를 1백50조엔 이상 줄였다.

과도한 임금수준도 불황 속에서 거품이 완전히 걷혔다.

공격경영에 나선 일본 기업들을 보노라면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듯 하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이 생각난다.

이렇듯 장기불황 10년은 그들에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각고의 세월이었던 것이다.

불황을 '약'으로 바꾼 일본 기업을 다시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