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환희의 송가'를 작곡할 때 매독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흐와 니체,링컨과 히틀러도 매독 환자였다."

미국 사학자 데버러 헤이든은 그의 저서 '매독'(이종걸 옮김,길산,4백24쪽,2만원)에서 세기의 예술가와 철학자 정치인들이 매독으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사의 주인공 14명을 매개로 이 병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복잡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신은 죽었다'고 말했던 철학자 니체가 스위스 바젤에서 정신착란과 전신마비 증세를 보였을 당시 진료 의사는 그가 매독에 감염돼 있다고 기록했다.

음악가 슈만도 매독 때문에 비소 치료를 받았고 시인 보들레르와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도 매독 환자였다.

링컨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면서 고통을 호소했으며 그의 네 아들 중 셋이 매독에 감염돼 요절했다.

히틀러가 "매독과의 투쟁은 민족의 과업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한 것 또한 자신을 향한 말이었다.

매독은 특유의 '정신적 증상' 때문에 '전기에 충전된 듯 환희에 찬 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1876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재주밖에 갖지 못했던 모파상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1880년에 이르러서는 단편소설의 귀재가 된 것도 '앞뒤로 돌진하는 무수히 많은 나선형의 세균'이 뇌세포에 엄청난 자극을 준 결과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칼 융이 '어둠의 독'이라고 부른 매독은 정신착란 때문에 강렬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파우스트의 거래'라는 암호로도 불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