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1천7백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 보름새 27억달러나 늘었다.

최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달러 매수)에 거의 나서지 않았는 데도 외환보유액이 급증, 시장에서는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외환보유액 급증세에 대해 한국은행은 유로화 강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외환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이 작년 하반기 이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스와프까지 동원한 것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 이례적인 외환보유액 급증세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1천7백7억2천만달러로 7월 말보다 27억1천7백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유로화가 이달 들어 15일까지 2.8%나 평가절상돼 유로화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 평가액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1∼15일 중에도 2.4% 평가절상됐지만, 이 기간중 외환보유액은 11억달러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런 비율대로라면 유로화가 이달 들어 2.8% 절상됐으므로 외환보유액은 12억8천만달러 정도만 늘어야 정상이다.

더구나 외환딜러들은 "이달 들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인 흔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나머지 증가분 14억∼15억달러는 유로화 강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 정부, 외환스와프 정리 나섰나

이에 대해 외환전문가들은 정부가 작년 말과 올 초 환율 방어를 위해 체결한 외환스와프 계약의 청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 시장 개입 자금이 바닥나자 국책은행과 일부 연기금에 달러를 팔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사기로 하는 스와프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서 원ㆍ달러 환율 1천1백40원선에서 방어선을 쳤다.

최근 외평채 발행한도를 11조원이나 증액하면서 여유가 생긴 정부가 국책은행 등에 넘긴 달러를 돌려받으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국내 외환스와프 거래는 정부가 시장 개입을 본격화한 작년 4ㆍ4분기에 하루 평균 41억4천만달러로 전분기(28억달러)보다 48% 급증했고, 올 1ㆍ4분기에는 48억6천만달러로 더 늘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줄잡아 1백억달러로 추정되는 정부의 외환스와프 계약이 모두 청산될 때까지는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단기외채(작년 말 5백53억달러)의 세배를 웃돌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없이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