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1983년 10월 처음으로 미국대학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자 대학가는 발칵 뒤집혔다.

순위에서 밀린 대학들은 애써 변명하며 외면하려 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상밖의 반응에 이 주간지는 당초 격년으로 발표하려던 방침을 바꿔 88년부터 매년 랭킹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타임'과 '뉴스위크'는 물론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과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도 랭킹시장에 뛰어들었다.

랭킹분야 역시 일반 대학ㆍ대학원에서 벗어나 경영 법학 의학 등 전문대학원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오는 23일 시판될 '뉴스위크'는 흥미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25개 항목을 정해 가장 인기 있는 대학을 선정했는데, 최고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대학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취업에 가장 유리한 대학은 카네기멜론대 하는 식이다.

일종의 대학입시가이드인 셈이어서 벌써부터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의 인쇄매체들이 발표하는 대학별 순위와 특성은 종종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랭킹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대학들은 순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또 순위에 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순위에서 처지게 되면 행정담당자와 해당교수들이 사유서를 제출할 정도여서 여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대학의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훌륭한 교수진을 확충하고, 시류에 맞게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세간의 평판을 의식해 대학의 권위를 유지하려 애쓴다.

동문들의 애교심은 헌금으로 이어져 재정문제도 해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학의 사정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엊그제 한 대학총장이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을 거의 방치한 것 같다"며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적인 팽창과 획일적인 교육방식이 아닌 대학의 특성화로 비교우위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