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기존 용광로(고로) 공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제철기술 '파이넥스(FINEX)' 공법 개발에 성공, 첫 상업화 설비 건설에 나섰다.

포스코는 17일 이구택 회장과 강창오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제철소에서 연산 1백5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 착공식을 가졌다.

총 투자비 1조3천여억원이 투입되는 이 설비는 오는 2006년 말 준공된다.

파이넥스 공법은 용광로 공법과는 달리 철광석과 일반탄을 설비에 직접 투입,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로 포스코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제철 과정에 필요한 용융과 환원을 용융로에서 한꺼번에 처리함으로써 제조 과정을 대폭 축소한 혁신적인 공법이다.

지난 92년부터 파이넥스공법 개발에 착수한 포스코는 4천2백여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파이넥스 운용 기술을 확보, 작년 6월부터 연산 6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시범생산설비)를 가동해 왔다.

포스코가 지난 1백년동안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제철기술 상용화에 나섬에 따라 세계 제철사(史)가 다시 쓰여지게 됐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73년 포항제철소 조업 개시 이후 선진국에 의존해 왔던 제철기술을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 기술 자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파이넥스 공법은 투자비가 동일 규모의 용광로에 비해 8% 적게 먹히며 제조원가도 17%나 낮출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공해물질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어 황산화물(SOx)은 용광로 공법의 8%, 질소산화물(NOx)은 4%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1호기 투자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총 4조4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조강생산 능력을 현재의 2천9백만t에서 3천2백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10년께 포항에 있는 기존 용광로 1,2호기를 파이넥스 설비로 대체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3천2백만t 조강생산 체제를 구축하면 현재의 슬래브 및 열연제품 공급 부족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공법을 세계 철강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지켜갈 '전략적 핵심 기술'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국 인도 등 해외 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조원가를 낮추고 환경친화적인 새 제철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더욱 높이게 됐다"며 "해외 진출시 파이넥스 설비를 직접 투자해 글로벌 경쟁하에서 포스코의 기술리더십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항=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