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친의 일제하 헌병대 복무사실이 드러나사실상 사퇴를 결심한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18일 여의도 광복회 사무실을 사과방문하고 `용서'를 구했다.

신 의장의 이날 광복회 방문은 사퇴를 앞두고 주변을 정리하는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었다.

신 의장은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등 회장단을 만나자 마자 "제 방문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신 의장은 16대 국회에서 민족정기모임 결성을 주도한 것과 독립기념관 이사를맡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선친 문제로 독립유공자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며 "(선친) 말년에 막연히 일본군에 있었다는 말만 들었고, 선친이라서 내놓고 말하지 못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이라도 사과드리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사에 상관없이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민족정기를 세우는데더욱 정진하고 참여하겠다"며 "아버지를 대신한 사과를 받아달라"고 거듭 `용서'를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충격을 받았고, 마음으로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짤막한 반응을 보인 뒤 "선친의 일은 선친의 일이고, 민족정기를 세우는데 앞으로 더욱 정진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신 의장이 기대했던 `용서'의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김 회장은 또 신 의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김희선(金希宣) 의원의 작은 할아버지 고(故) 김학규 장군의 족보 문제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만 30여분을 할애했다.

김유길 광복회 사무총장과 남만우 이사도 각각 "10년 가까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지만 역사는 바로 세워야 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가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신 의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기대했던 용서의 말이 나오지 않자 신 의장과 동행한 김희선 의원이 "회장님께서 사죄를 받아주셔야 한다"고 거들었지만 광복회 회장단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않았다.

신 의장은 광복회 사무실을 떠나면서 김 회장의 손을 잡고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거죠"라고 거듭 용서를 구했지만 김 회장은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신 의장의 방문이 끝난 뒤 김 회장은 "마음으로 섭섭하게 생각한다는 뜻이 무엇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의장) 선친에 대한 사실은 불행한 일이지만... 해석은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