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7월께부터 주택 매매계약서를 실거래가로 작성할 경우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래세(취득ㆍ등록세 등)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세금감면 카드를 선택하기로 했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작성하는 허위 매매계약서 신고를 통해 거래세를 탈루해 왔던 관행을 뿌리뽑고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재정경제부 내부에서조차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종 확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실거래가 신고로 늘어나는 세금은 '감면'


정부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에 따른 주택매매 실거래가격 신고제가 시행되는 시기에 맞춰 개인간에 매매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거래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거래세 과표금액이 실거래가의 25∼50%에 불과한 상황에서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경우 거래세가 한꺼번에 2∼4배 늘어나는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


예컨대 시가 3억원짜리 아파트의 과세표준액이 1억원(건물과표액+공시지가)일 경우 실제로는 3억원에 거래했더라도, 대부분 주택 매입자는 1억원에 샀다는 허위 계약서(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시ㆍ군ㆍ구에 제출해 왔다.


거래세율 5.8%가 적용되기 때문에 5백80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그러나 실거래가인 3억원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1천7백40만원을 거래세로 내야 한다.


실거래가 신고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1천1백60만원)은 지방세법 또는 조례 개정을 통해 감면해줘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 분양ㆍ일반매매 '이중잣대' 적용


정부는 그러나 5.8%인 현행 거래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이미 실거래가로 매매신고가 이뤄지고 있는 신규 분양 주택이나 법인 소유 주택 매매와 개인간 거래 사이의 납세 형평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간 거래에서는 실제 매매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해온 관행을 '기득권'으로 인정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반면 세원이 노출된 주택(분양주택,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해서는 '법대로' 부담을 지우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금 증가분만큼 세율을 인하할 경우 분양 주택 등에서는 세율 인하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반면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정착되는데 시일이 걸려 지방 세수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와 행자부가 지방 세수 감소를 막기 위해 세율 인하가 아닌 '세금 감면'으로 타협한 셈이다.


그러나 분양 주택과 일반매매 주택을 달리 과세키로 한 데 대해 재경부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세원이 노출됐다고 높은 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적게 낸 사람들에게만 감면 제도를 적용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 양도세는 그대로 유지


정부는 지난해 10월29일 발표했던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양도세는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차익을 남겼을 때에만 부과되는 소득세이기 때문에 거래세로 다룰 수 없다는게 이유다.


정부는 또 부동산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추는 세제 개편은 중ㆍ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