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자들도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을 받을 수 있도록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극심한 대립 구조의 노사관계를 '주식'을 연결고리로 해 '상생의 관계'로 바꿔보자는 취지다.

이정우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ㆍ차별시정위원장은 최근 열린 '우리사주제도를 활용한 노사관계 개선의 모색' 국제 심포지엄에서 "우리사주제도를 활성화하면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식을 매개로 노사간의 벽을 허물고 상호이해의 근원적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왜 도입하나

정부가 도입키로 한 제도의 핵심은 회사 경영 등에 기여한 특정 임직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도 자기 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최고 30%까지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위 경영층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스톡옵션 수혜 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시켰다고 보면 된다.

다만 근무경력 1년 미만의 근로자와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스톡옵션 부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시장에 상장 또는 등록되지 않은 기업 근로자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을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주식을 그룹 내 비상장ㆍ비등록 계열사나 손자회사의 임직원이 스톡옵션으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지금까지 상장이나 등록되지 않은 기업에만 허용했던 '차입형 우리사주제'를 상장ㆍ등록법인으로까지 확대 시행키로 했다.

이는 우리사주조합이 회사 또는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취득하면 회사가 출연금으로 이를 대신 갚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이 경우 근로자는 회사 출연금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스톡옵션형 우리사주 제도를 도입키로 한 이유는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지원해 빈부격차를 축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로 하여금 자기 회사 주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하면 '윈-윈(Win-Win)'형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간접적으로나마 근로자들이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음으로써 경영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운영의 묘 살리지 못하면 새로운 '화근'될 수도

제도 시행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노동계는 물론 기업들도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스톡옵션 부여→근로자 주인의식 고취→생산성 향상 및 노사화합'의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 요구→노사 갈등 심화' 또는 '스톡옵션 부여→근로자의 과도한 경영 참여 요구' 등의 악순환 흐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제도 도입에 합의를 하기는 했지만 일선 기업에서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기업의 경우 스톡옵션 부여를 놓고 또다른 노사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는 회사 경영에 대한 근로자들의 공동 책임 의식을 높일 수 있고 애사심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도 "실제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