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부는 콜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 매수를 바탕으로 단숨에 달아올라 13포인트나 상승했다.


외국인은 콜금리 인하 발표가 나오기 2주일 전부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발빠른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도 경기부양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내수주가 타깃이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시황판을 보며 "외국인이 또 맞혔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전문가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외국인은 경제의 펀더멘털에 기초해 국내 투자자들보다 앞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지난 98년 증시 개방 이후 한국시장에서 주도 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40%(거래소 기준)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저PER(주가수익비율)에 기초한 투자기법이라든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가치투자 등 여러 투자기법을 동원해 막대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시장의 관심거리다.


외국인은 지난달 6천8백21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이달에도 17일 현재까지 1조8백87억원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6월 순매수 규모가 1백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매수 강도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시장이 당분간은 안될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상황과는 아주 대조적인 현상인 만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오히려 단순하다.


한 마디로 "한국의 주식이 싸기 때문"(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는 주가가 낮은 상태여서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주의 경우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평균 주식가치에 비해 40%나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민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홍성국 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나 중국의 긴축정책, 그리고 고유가 등의 돌발 악재에 시장의 내성이 생긴 데다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외국인 매수의 지속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해외 뮤추얼펀드에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편다.


강 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의 자금 이탈세가 진정되기는 했으나 신규 유입은 많지 않다"며 "돈이 대량으로 유입되지 못하면 외국인 매수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오르자 내수주를 중심으로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IT주에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증시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철저히 IT주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은행으로 2천7백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운수장비 철강금속 유통 증권주 순으로 순매수했다.


반면 IT주는 매도 우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역으로 한국 증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계절적 수요로 인해 다음달부터 IT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것인 만큼 외국인 매수세의 바통이 IT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화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외국인은 한번 방향을 잡으면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일관된 매매패턴을 보인다"며 "외국인 지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