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이전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는 광고물을 만들어 게재하다 주한 멕시코 대사관의 공식 항의를 받고 철거했다.

국민 세금으로 자기 나라 수도를 비하하는 홍보를 하다 외국 대사관에 혼난 꼴이다.

우리 국민은 사실을 바로 알아 무너진 두 도시의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멕시코시티는 4천∼5천m 높이의 산으로 둘러싸인, 한라산 정상보다도 더 높은 해발 2천2백40m 분지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2천만명이 살아가고 5백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며 3만5천여개의 공장들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곳은 지난 1980년대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알려진 도시다.

거의 1년내내 스모그가 만연하고 1백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영구적인 호흡곤란, 두통, 기침, 눈병으로 고통받았다.

1987년 2월에는 하늘을 날던 수천마리의 새가 대기오염으로 떨어져 죽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곳에서 199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환경정책이 추진됐다.

첫 5년동안 47억달러(5조6천억원)를 투자해 저공해 연료교체, 배출규제 강화, 공해산업이전, 나대지 식생복원, 차 없는 날 제정 등 1백12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국제 홍보를 위해 오존층 연구로 1995년 노벨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 마리오 모리나 미국 MIT 교수도 참여시켰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대기는 크게 개선됐다.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오존이 3분의 1 수준으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2001년 말 OECD 발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서울보다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과거 가장 치명적이었던 아황산가스는 실제로 크게 개선됐다.

기록 측정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아황산가스는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무연탄 사용이 금지되고 저유황석유와 천연가스가 난방연료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늘어나 질소산화물, 오존, 미세먼지가 90년대 초부터 증가되기 시작한 것이 95년 이후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환경전문가들은 선진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자동차 기술의 발달이다.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저공해차가 벌써 실용화되기 시작했으며, 전기만 사용하는 무공해차가 거리를 달릴 때도 머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도로 세정이다.

도로변 건물에 중수도 설치를 의무화하고 노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매일 새벽 비가 오듯 씻어냄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환경비용을 지불할 경제력만 있다면 대기오염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도이전 홍보에서 내세우는 서울의 교통체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도시 교통체증 해결을 위해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정보통신과 센서기술이다.

지금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사용하는 차량 감지센서를 도심 정체도로에 설치하고 위치와 시간을 달리하며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교통정리까지 하는 셈이다.

멕시코시티는 세계가 주목하는 대기개선 성공사례다.

죽음의 도시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지구촌에 희망을 준 곳이다.

서울은 지난 6백년간 한반도 문명의 중심이었으며 세계에 비쳐진 우리의 얼굴이다.

지금도 우리 국토에서 가장 풍부하고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하수처리, 쓰레기 관리, 수돗물 공급 등 최적의 환경기반시설이 완비된 도시다.

또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면 환경도시로의 변모가 가장 먼저 기대되는 곳이다.

명분 없는 수도이전을 홍보하기 위해 두 도시를 싸잡아 비하한 것은 스스로 국제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지구촌이 하나된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나라 밖도 모르고 한치 앞도 예상치 못한 문맹임을 자처한 것이다.

멕시코시티는 조롱거리가 아니라 학습 대상이며, 서울은 우리가 지켜야 할 민족의 자존심이다.

朴錫淳 <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ssp@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