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 박생광(1904~85)의 유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이영미술관의 김이환 관장(69)이 오는 9월 내고 탄생 1백주년 기념전을 앞두고 '수유리 가는 길,민족혼의 화가 박생광이야기'(이영미술관간 1만5천원)를 펴냈다.
이 책에서 김 관장은 1977년 내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작고시까지의 인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박 화백의 일본 시절과 현지 미술잡지에 소개된 그림들도 담았고,한국으로 돌아온 초기부터 전성기로 평가받는 81∼85년 역사화 시기까지 연대별 작품들도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했다.
김 관장은 내고의 첫 개인전(1977년) 때 '흑모'란 작품을 처음 구입한 후 그의 작품을 한 점 두 점 사 모으기 시작했고 그의 사후에도 박 화백 작품 세계의 재조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박 화백이 경남 진주농고 선배라는 단순한 이유로 그림을 구입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까막눈이었다"고 회고한다.
작품제작에 1년이 걸린 대표작 '명성황후'를 비롯해 '토함산 일출' '청담 대종사' 등 걸작들을 보며 그가 왜 역사화에 그토록 집착했는지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김 관장은 내고가 작고하기 1주일 전 떨리는 손으로 써 내려간 마지막 절언(切言)을 이 책에서 소개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은 그 민족 전통 위에 있다.'
"근대 주요 작가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공부했는데 우리 미술계는 작가들의 일본시절을 외면하고 있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 근대미술사는 반쪽입니다. 내고는 일본에서 채색기법을 공부했지만 단청과 탱화 민화의 전통을 계승해 토속적인 한국 채색 전통을 회생시킨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영미술관은 9월17일부터 열리는 '내고 1백주년 기념전'에서 특별기획전을 비롯해 학술세미나 등 내고 작품 세계 재조명을 위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