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 대비 5.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꽤 높은 성장률이다.

200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인데다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내수부진 속에 수출주도의 불균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통계 착시현상도 어느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5%대의 성장이라지만 비교 시점인 전년동기 성장률이 2.2%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증가율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년동기와 비교한 각종 지표들이 현실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를 전분기(월) 대비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 기준으로 보면 1분기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특히 일자리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내수가 회복되지 못해 고용 불안감을 더해준다.

건설업 성장률은 3.6%로 둔화세를 보였고,민간소비는 0.7% 줄어들면서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수가 33개월만에 처음 감소하고 일자리가 7만개 줄어든 것도 경제 한파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걱정인 것은 우리 경제를 겨우 지탱해준 수출마저 둔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2분기 수출이 27.2% 늘어났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불과 1.0% 늘어나는데 그쳤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높은 성장률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리 없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자칫 불황속의 물가고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지금은 5.5%라는 수치를 내세워 낙관하거나 방심할 때는 아니다.

특히 정부는 일부 수출업종에서 일고 있는 설비투자 등이 전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